요즘의 근황
7월부터 미국의 회사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주로 AI 서비스를 도메인에 적합하게 적용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일하는 분야와는 별개로 미국 회사만의 문화를 경험하고 있는데 알고 있었어도 느껴지는 바가 다르다. 미국 회사는 해고가 무척 쉽고, 지금 다니는 회사도 그렇다. 보통 당일에 통보 받고 바로 모든 계정이 정리된다.
나는 고소득 직종일수록 자유로운 해고와 고용이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 왔었는데 막상 보니 마음이 흔들린다.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다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요즘은 자유로운 해고는 빈번하지만 고용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AI가 점점 지식노동의 더 많은 부분을 집어 삼키고 있다. (그리고 내가 AI 관련 서비스 개발자로서 하는 일도 그렇다.)
1년 전에는 AI와 노동자로서 나에 대해 나름 이런 결론을 내렸었다. ‘AI보다 내가 나을 수 있는 점이 뭘까. 넓은 도메인에 대한 지식, 빠른 해결력은 절대 따라갈 수 없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그리고 나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과 협업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신뢰감이다.’
불과 1년 전에 내린 결론에 금이 가는 느낌이다. 요즘의 AI 모델들이 하는 결과물을 보면 자연스레 신뢰하게 된다. 작은 작업에서는 정말이지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 잘못이 있다면 컨텍스트와 관련 데이터를 제대로 주지 않은 인간에게 있을 뿐.
앞으로 여러 모델들이 발전한다면, 그리고 모든 대표님들이 간절히 기대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력을 갖추며 신뢰감을 주는 AI’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신뢰감은 반복된 결과에서 느껴지는 감정이고, 점점 더 잘 하게 되는 AI를 이제는 누구나 점점 신뢰하게 된다. 문제에 대한 의지력도 사실 인간의 뇌에서 발현되는 개념이고, 생물학적 뇌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디지털 뇌도 할 수 있다. 아니 더 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하나씩 흉내내고 발전해온 것처럼.
스타트업을 하던 5년전만해도 나는 커리어에 대한 두려움이 딱히 없었다. 가진 거 없고, 남이 보기에 가진 커리어가 없어도 나는 스스로의 문제해결력에 자신감이 있었고, 나쁘지 않은 내 머리와 의지력이 경쟁력이라는 나름 근거 있는 자신감으로 일했다.
하지만 요즘은 1-2년전부터 잔잔하게 깔린 두려움이 스멀스멀 더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별개로 화폐는 더 많이 풀리고 내가 버는 노동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시대에, 자본을 갖지 못한 채로 내 능력의 상대적 우위가 AI에 의해 떨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고 그게 매우 두렵다.
언제까지 내가 가진 능력이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달고 산다.
‘더 이상 코딩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인간은 완전 일할 필요 없이 창의적 일만 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건 보통 사람들의 삶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기술회사 소유자들의 망상 혹은 기만이고, 일단은 살아남기 위해 더더 해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요즘엔 일을 많이+ 열심히 하고 있고 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1)코어한 부분까지 AI가 대체할 수 없는 도메인에서 개인 사업자로 살아남기.
2)AI로 대체를 가속화 역할을 하는 개발자로서 일하기,
3)정말 남들이 풀기 어려워하는 문제를 풀면서 데이터를 쥐고 살아남는 회사를 만들기.
어디에 나에게 맞는 길이 있을지 치열하게 탐색해야하는 삼십대 중반의 요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