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이 저보고 세일즈포스 운영해보래요 : 세일즈포스 도입의 기대와 실제

2024년 07월 19일

요즘 들어 많은 곳에서 세일즈포스를 도입해 보려 하고, 세일즈포스를 본격적으로 운용해 보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그리고 세일즈포스를 관리하는 각 회사 내 담당자들과 티타임할 기회가 생기는데요. 만나보면 이런 이야기가 종종 들을 수 있었습니다.

  • ‘저 세일즈포스 처음인데 대표님이 도입해 보라고 하네요’
  • ‘세일즈포스 교육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제가 잘 운영할 수 있을까요?’

아직 한국에 세일즈포스 관련된 커뮤니티가 크지 않고, 서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담당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세일즈포스를 쓰면 데이터가 한번에 정리되고 매출이 늘 것만 같은 ‘대표님의 기대’가 섞이고 충돌하면서 여러 고민들이 나오는 것을 봅니다.

#1 세일즈포스는 도입은 매우매우 귀찮고 품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세일즈포스 도입은 회사가 클수록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크지만, 또한 회사가 클수록 도입에 많은 품이 듭니다.

CRM 솔루션이라고 하면, 알아서 고객정보가 딱딱 꽂히고 알아서 고객 데이터를 정리해 주고, 인사이트를 팍팍 뽑아주는 툴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회사마다 비즈니스 도메인, 영업 프로세스가 다른데 세상 어떤 제품, 서비스가 그걸 알아서 해줄까요.

세일즈포스는 ‘완성된 툴’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가야하는 레고 블럭과 같습니다. 하지만 그 레고 블럭을 우리 조직과 비즈니스에 적합하게 잘 구축한다면 ‘더 많은 데이터가 잘 정리되어 누적하고’ 그로 인한 ‘프로세스의 효율화, 인사이트의 발굴’ 그리고 나아가 ‘매출 증대’라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물론 한단계 한단계를 넘어가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세일즈포스 도입하면 → 매출이 증대된다.”고 기대하는 것은 “오늘 현우진 강의를 결제했으니 서울대에 입학하겠다.”를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 성과를 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고 조직이니까요.

왜 세일즈포스는 품이 많이 들까요?

회사마다 비즈니스 도메인, 고객, 영업 프로세스가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단 세일즈포스를 도입하려면 회사 구조에 맞게 세일즈포스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 시작부터 어려움이 생깁니다. 세일즈포스를 도입하고 관리하는 담당자가 회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모두 알고 있을까요? 회사 내의 고객 영업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바로 그려질까요? 어떤 경로를 통해 리드를 획득하고. 어떤 작업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끝에 계약을 성사시키고, 뒤에는 이탈을 막아 재계약을 하는 그런 모든 프로세스가 머리에 그림으로 그려지시나요? 많은 사람들은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심지어 많은 대표님조차도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 못할 거예요.

그 그림이 제대로 그려져야만, 우리 회사에 맞는 세일즈포스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고객을 누구로 정의해야 하는지. 그 고객의 정보가 최초로 인풋되는 곳은 어디인지. 그걸 담당하는 팀, 담당자는 누구인지.

그 그림이 그려져야 세일즈포스를 구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현재 회사의 세일즈포스를 도입했던 동료 선님은 마케팅, BD, 세일즈, 글로벌 팀 등 모든 팀을 오가며 회사의 세일즈 프로세스를 그렸습니다. 그 후 그 프로세스에 맞는 회사만의 세일즈포스 Object를 설계하고 구축했습니다.

선님, 리스펙트✊ (멋져 최고야)

아! 앞서 말씀했듯이 회사가 클수록, 기존의 영업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여러 팀으로 구성되어 있을 경우 그렇습니다. 단순한 팀 구조라면 거의 구조화하는 데 시간이 들지 않겠죠? (근데 그럼 세일즈포스를 쓸 이유도 없겠죠?)

*세일즈포스는 단순히 CRM 데이터를 적재하고 관리하는 툴이 아닙니다. 리드-기회-계약-청구 등 모든 프로세스를 담아서 그 영역의 편리함과 유용함을 제공하려는 툴입니다.

자 여기까지 작업이 완료되었다면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세일즈포스는 알아서 돌지 않습니다.

#2 그런데 세일즈포스 도입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자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의 프로세스에 대한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리드획득-고객사 관리-기회 관리-미팅-계약 프로세스가 각 팀과 담당자별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세일즈포스 Object를 설계했습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레고 구조물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물은 알아서 돌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넣어줘야 하고, 데이터가 프로세스에 맡게 알아서 쌓여야 하고 결정적으로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 강제적으로 써야 합니다’ 이 역설적인 단계를 넘어야 세일즈포스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의 빨간선은 ‘불편함’의 정도를 나타내고, 파란선은 ‘유용함&편리함’을 나타냅니다.

유용함&편리함이 불편함을 빨리 넘어서는 것이 목표입니다. 툴이 우리를 도와야 하지 우리를 구속하면 안 되니까요.

gkwlaks 조직을 클수록, 기존의 관습을 버려야 하는 팀과 사람이 많을수록 어렵습니다. 불편함만 주고 유용함이 없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세일즈포스에 적응하기 어려워집니다. 팀원들이 자연스럽게 쓰지 않게 될 거예요.

그러기에 1)리더십의 의지와 자원 지원 2)담당자의 신속하고 탄탄한 세일즈포스 기반 업무 프로세스 구축이 도입에 핵심입니다.

  1. 2)가 준비되기 어렵다면 준비된 후에 도입을 시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세일즈포스 정말 정말 비싼 툴이니, 도입 후에는 최대한 빨리 조직에 유용함을 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내에서 아무도 쓰지는 않으면서, 담당자는 계속 바뀌면서, 돈은 계속 내야하는 애매한 존재로 남을 수 있습니다.

*어떤 팀은 몇십 개의 계정 권한을 사두고, 제대로 도입 관리하지 못해 그걸 낭비하기도 합니다. (Enterprise 180달러, 50명이라고만 생각해도 월 9000달러.. 연 100,000 달러.. 💸💸💸)

#3 자 그럼 세일즈포스 담당자는 무얼 해야 할까요

회사의 리더들이 의지력을 발휘합니다. 자원도 지원합니다. 좋습니다. 그럼 세일즈포스 도입하는 담당자가 일할 때입니다.

1 필드를 구체화 해야합니다. 각 팀의 요청에 따라 수정, 추가해야 합니다.

*앞서 그린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맞게 Obejct까지 어느 정도 설계했다는 걸 전제하겠습니다.

‘리드’라는 Obejct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케팅 팀, 세일즈팀이 이 Object를 같이 관리합니다 (*Object데이터가 다르게 저장되는 테이블’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리드’에 어떤 정보가 쌓여야 할지 필드를 구체화합니다. 각 담당자와 논의해 필요한 필드를 구체화하고 추가합니다.

아래와 같은 요청을 받게 될 거예요. 이에 적합한 필드를 설계합니다.

  • 어느 곳에서 이 리드를 획득했는지 적고 싶습니다
  • 리드 관련된 히스토리를 메모하고 싶어요
  • 리드의 국가를 적고 싶어요
  • 리드의 ‘상태’를 설정하고 단계마다 변경하려고 해요.

2 Validation을 설정합니다.

홍 길동 길동 홍 홍길동 Hong Gildong Gildong Hong 이런 데이터 본적 있으시지 않나요? 같은 사람인데 중복으로 데이터가 올라가 있습니다. 그것도 다 다른 형태로요. 이런 데이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 Validation 작업이 필요합니다. 데이터 중복이 가능한지 아닌지. 영어로만 입력해야 하는지 아닌지, 공백이 허용되는지. 등등 데이터가 누락되거나 잘못 쌓이지 않도록 작업해야 합니다.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이후에 필요한 데이터를 뽑아볼 수가 없습니다. 최대한 의미 없는 데이터가 생기지 않도록, 같은 정보가 하나의 데이터 row에 쌓이도록 validation 작업을 해놓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만들어둔 Object에서 모든 필드들을 점검하고 Validation 작업을 해줍니다.

개발 경험이 있는 분은 아시겠지만 세일즈포스 구축은 처음 서비스에서 Database를 설계하는 개발자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순한 Object면 모르겠지만, Object간의 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서로 물고 무는 관계가 많아질수록 Database에 대한 이해와 역량이 필요합니다.

3 기존의 데이터를 넣어줘야 합니다.

우리 회사에 기존 데이터는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을 겁니다. 엑셀이든, 다른 CRM 도구이든. 그동안 모인 데이터들을 앞서 정의한 세일즈포스 구조에 맞게 넣어줍니다.

  • 먼저 데이터를 여러 팀으로부터 모읍니다.
  • 기존 데이터의 오류, 중복을 제거합니다.
  • 벌크 업로더, API를 활용해 업로드합니다.

이 작업에도 꽤 시간이 걸릴 거예요.

4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앞으로 새로 생기는 데이터를 세일즈포스에 수기로 입력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의 새로운 데이터가 발생하는 곳. ex)랜딩페이지, 이메일 수집 폼 등을 세일즈포스와 연결합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Zapier로 연동하면 코드 없이 작업할 수 있습니다. 프로세스가 더 복잡하다면 세일즈포스 API를 활용합니다.

5 세일즈포스 내의 간단한 자동화를 구축해야 합니다.

세일즈포스를 사용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가 생깁니다. ‘세일즈포스 내에서 Opportunity를 특정 상태로 넘기면 자동으로 Contract를 만들고 싶다.’

세일즈포스 내의 Flow 기능을 활용해서 많은 자동화 기능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Apex, 혹은 API를 활용해서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6 툴과 연결합니다.

세일즈포스 내 데이터 상태가 변할 때.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지점을 지날 때 알림을 받을 수 있도록 슬랙 등 사내 다른 툴과 연동합니다.

기존에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메세지를 보내서 일일이 요청해야 했다면, 다음 단계로 이관하기 위해 다른 팀, 다른 동료와 연락해야 했다면 프로세스에 위임해 많은 부분을 자동화하고, 알림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단, 불필요한 너무 많은 알림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을 줄이고 업무를 효율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알림을 설계합니다.

7 사람들이 쓰게 합니다.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초반일수록 더더욱 어렵습니다. 아직 세일즈포스가 주는 효용과 가치가 적고 불편함만 큰데 쓰게 해야 합니다. 리더십에서도 사용을 독려하면서 지원해줘야하고, 우리도 각 담당자를 도와줘야합니다.

이런 일들을 해야합니다.

  • 로그인을 어려워합니다 → 로그인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1password 2FA 설정 등을 도와줍니다.
  • 세일즈포스 툴 자체를 어려워합니다 → 세미나, 스터디 등으로 교육하고 알려줍니다.
  • 세일즈포스를 쓰기 싫어합니다 → 정책적으로 쓸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편리성을 줘서 자연스럽게 쓰게 합니다, 리더십에서 푸시하도록 지원을 요청합니다.
  • 레코드 생성을 어려워합니다 → 가이드를 씁니다. 교육합니다. 옆자리에 가서 알려줍니다.
  • 에러 발생 시 도움을 요청합니다 → 빠르게 도와줍니다.
  • 다시 도움을 요청합니다 → 위의 일을 반복합니다.

위의 일들을 반복반복 하다보면 보면 점점 동료들이 적응을 하게 됩니다.

8 위 1~7번을 계속 반복해주며 빠르게 편리함&유용함의 곡선이 불편함의 곡선을 넘을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다음

자 이제 데이터가 잘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동료들이 잘 쓰기 시작했습니다. 데이터에 대한 신뢰도가 쌓입니다. 이제 뭔가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글에는 세일즈포스를 기반으로 여러 업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겠습니다.


TAGS
SALESFORCE